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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복 여럿이 함께 숲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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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기초교육원, 신영복 [저] l 초판 2010.12.25 l 발행 201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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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분류 | 총류 > 강연집,수필집,연설문집 |
---|---|
ISBN | 9788952111579 |
초판발행일 | 2010.12.25 |
최근발행일 | 2019.09.25 |
면수/판형 | 168(쪽) / |
“시대의 철학과 사상, 그 향기로운 교양의 꽃다발을 만나다.”
숨소리까지 담아낸 강연의 현장에서 우리 시대의 얼굴과 마주한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통해 더불어 숲을 이루는 길에 이른 학자 신영복 편
그와 나눈 진솔한 대화의 기록. 생생한 육성으로 직접 묻고 직접 듣는 삶의 길, 역사의 길.
숲을 전망한다는 것
출역해서는 공부하는 자세로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물론 나중에 깨닫게 됩니다만 제가 그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방식에 문제가 있었어요. 그것은 한마디로 그 사람들을 대상화하고 분석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일단 저 사람들은 룸펜 프로라는 그런 관점이 있었지요. 죄명? 형기는? 가정은? 결손가정인가? 학력은? 출신지역은? 등등 이렇게 대상화하여 분석하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의 인간, 나아가 함께 살아가는 동료로서가 아니라 ‘타자’로 대상화하고 분석하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인식태도가 바로 내가 갇혀 있는 ‘근대적 문맥’, ‘근대적 인식틀’이란 걸 몰랐죠. 비록 징역살이이긴 하지만 일상적인 생활에서는 친절하고 근면하려고 노력했었지요.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아마 4~5년 동안 왕따였어요. 특별하게 적대시하지는 않았지만 일정한 거리 이상으로 다가갈 수가 없는, 어딘가 냉랭한 관계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5년쯤 후에야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만, 나 자신이 소위 말하는 ‘근대문맥’ 속에 철저하게 갇혀 있었구나, 그렇게 교육받았고, 그렇게 물들어 있었구나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일하는 사람은 집 그리는 순서와 집 짓는 순서가 같구나! 지붕부터 집을 그리고 있는 나는 얼마나 창백한 관념성의 소유자인가!” 하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학교에서 교실에서 그리고 책에서 생각을 키워온 나 자신이 부끄러웠어요. 이러한 관념성을 깨뜨리지 못하는 한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가기 어렵다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징역 사는 동안 나 자신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다짐을 하는 침통한 계기가 되었어요.
저는 변화를 ‘숲’의 의미로 받아들입니다. 나무가 숲속에 서듯이 변화는 숲을 이룸으로써 완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낙락장송이나 명목이 나무의 최고형태가 아니라 나무의 완성은 숲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개인의 경우도 같습니다. 사람들의 관계 속에 설 때 비로소 개인이 완성되는 것이지요.
여럿이 함께 가면 그게 바로 길이 됩니다. 먼 길을 가는 사람에겐 길 그 자체에서 길을 걸어가는 동력을 얻어야 합니다. 그게 길의 마음입니다. 목표에 도달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보상된다는 사고, 이것을 청산해야 된다는 것이지요. 저 성을 점령하면 3일 동안의 약탈과 겁탈을 허용한다. 오로지 그것 때문에 전쟁을 벌여 온 그런 역사와 다를 게 없습니다. 목표보다는 길 그 자체로부터 가치와 보람과 동력을 끌어내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지요.
어떤 사람이 물어봤다고 하지요. 민들레한테 다가가 앉아서 “너는 인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뭐라고 답변했을 것 같아요? “인간은 거지다”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자연한테 얻어먹는 존재라는 뜻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인 관점이 필요한 것은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이고 좀 전에 이야기했듯이 세계와 진리 역시 조직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학문이 객관적이라고 하지만, 인간적 당파성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봐요. 우리 대학에 신부님들이 많습니다. 언젠가 무슨 이야기 끝에 신부님 한 분이 전제를 달았어요. 인간적 입장을 떠나서 한 번 생각해 보라고. (청중 웃음) 저로서는 도저히 떠날 수가 없다고 대답했음은 물론이지요.
(「신영복: 숲으로 가는 길」에서)
숨소리까지 담아낸 강연의 현장에서 우리 시대의 얼굴과 마주한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통해 더불어 숲을 이루는 길에 이른 학자 신영복 편
그와 나눈 진솔한 대화의 기록. 생생한 육성으로 직접 묻고 직접 듣는 삶의 길, 역사의 길.
숲을 전망한다는 것
출역해서는 공부하는 자세로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물론 나중에 깨닫게 됩니다만 제가 그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방식에 문제가 있었어요. 그것은 한마디로 그 사람들을 대상화하고 분석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일단 저 사람들은 룸펜 프로라는 그런 관점이 있었지요. 죄명? 형기는? 가정은? 결손가정인가? 학력은? 출신지역은? 등등 이렇게 대상화하여 분석하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의 인간, 나아가 함께 살아가는 동료로서가 아니라 ‘타자’로 대상화하고 분석하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인식태도가 바로 내가 갇혀 있는 ‘근대적 문맥’, ‘근대적 인식틀’이란 걸 몰랐죠. 비록 징역살이이긴 하지만 일상적인 생활에서는 친절하고 근면하려고 노력했었지요.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아마 4~5년 동안 왕따였어요. 특별하게 적대시하지는 않았지만 일정한 거리 이상으로 다가갈 수가 없는, 어딘가 냉랭한 관계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5년쯤 후에야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만, 나 자신이 소위 말하는 ‘근대문맥’ 속에 철저하게 갇혀 있었구나, 그렇게 교육받았고, 그렇게 물들어 있었구나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일하는 사람은 집 그리는 순서와 집 짓는 순서가 같구나! 지붕부터 집을 그리고 있는 나는 얼마나 창백한 관념성의 소유자인가!” 하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학교에서 교실에서 그리고 책에서 생각을 키워온 나 자신이 부끄러웠어요. 이러한 관념성을 깨뜨리지 못하는 한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가기 어렵다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징역 사는 동안 나 자신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다짐을 하는 침통한 계기가 되었어요.
저는 변화를 ‘숲’의 의미로 받아들입니다. 나무가 숲속에 서듯이 변화는 숲을 이룸으로써 완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낙락장송이나 명목이 나무의 최고형태가 아니라 나무의 완성은 숲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개인의 경우도 같습니다. 사람들의 관계 속에 설 때 비로소 개인이 완성되는 것이지요.
여럿이 함께 가면 그게 바로 길이 됩니다. 먼 길을 가는 사람에겐 길 그 자체에서 길을 걸어가는 동력을 얻어야 합니다. 그게 길의 마음입니다. 목표에 도달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보상된다는 사고, 이것을 청산해야 된다는 것이지요. 저 성을 점령하면 3일 동안의 약탈과 겁탈을 허용한다. 오로지 그것 때문에 전쟁을 벌여 온 그런 역사와 다를 게 없습니다. 목표보다는 길 그 자체로부터 가치와 보람과 동력을 끌어내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지요.
어떤 사람이 물어봤다고 하지요. 민들레한테 다가가 앉아서 “너는 인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뭐라고 답변했을 것 같아요? “인간은 거지다”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자연한테 얻어먹는 존재라는 뜻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인 관점이 필요한 것은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이고 좀 전에 이야기했듯이 세계와 진리 역시 조직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학문이 객관적이라고 하지만, 인간적 당파성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봐요. 우리 대학에 신부님들이 많습니다. 언젠가 무슨 이야기 끝에 신부님 한 분이 전제를 달았어요. 인간적 입장을 떠나서 한 번 생각해 보라고. (청중 웃음) 저로서는 도저히 떠날 수가 없다고 대답했음은 물론이지요.
(「신영복: 숲으로 가는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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