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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기초교육원, 이순재 [저] l 초판 2010.12.25 l 발행 2012.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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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분류 | 총류 > 강연집,수필집,연설문집 |
---|---|
ISBN | 9788952111531 |
초판발행일 | 2010.12.25 |
최근발행일 | 2012.01.05 |
면수/판형 | 168(쪽) / |
“시대의 철학과 사상, 그 향기로운 교양의 꽃다발을 만나다.”
숨소리까지 담아낸 강연의 현장에서 우리 시대의 얼굴과 마주한다.
여든의 나이를 바라보면서도 여전히 연기하며 인생과 예술을 이야기하는 배우 이순재 편.
그와 나눈 진솔한 대화의 기록. 생생한 육성으로 직접 묻고 직접 듣는 삶의 길, 역사의 길.
예술에는 규격이 없다
조금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해볼게요. 서울대학교 출신 배우가 하나 있죠, 김태희. 김태희는 초기에 학교 덕을 좀 봤죠. (일동, 웃음) 그 또래 중에서 서울대학교 나온 사람이 별로 없었으니까, 김태희, 이쁜데 서울대학! 이게 쫙 올라 간 거죠. (일동, 웃음) 내가 초창기에 처음 데리고 연기해봤는데, 그냥 그렇더라고요. (일동, 웃음) 그런데 요즘 내가 공연하는 연극에, 한양대학교의 최현인 교수하고 같이 찾아 왔더라고요. 그래서 “너 요즘 뭐하냐”고 물었죠. 요새 작품이 없잖아요. 그래서 “준비하는 건 뭐냐”, 물었더니 영화도 찍는 게 없다 이거예요. “그러면 드라마라도 해야 될 거 아니야. 그래야 뭐라도 한번 해볼 거 아니냐. 그럼 뭐하냐.” 그랬더니 최현인 교수한테 사사를 받고 있다고 그러는 거예요. 연기 사사를 하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그래 그럼 됐다!’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사실 CF 여럿 찍어서 돈도 몇 억씩 다 벌었으니까, 그걸 가지고 저기 몰디브나 하와이 가서 놀고 앉았을 수 있는데, 그러면 그걸로 끝이죠. 요새는 그것을 재충전이라고 그러더군요. 이상한 충전 다 봤어. (일동, 웃음) 그런데 사사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 너 됐다. 됐다.” 그랬죠. 왜? 연기는 학문의 세계와는 다르기 때문이에요. 이게 어떤 면에서 노동하고 연결이 돼요. 연기는 실제 몸으로 훈련을 하고 자기 몸을 가지고 구사해야 되기 때문에, 간단한 것도 훈련이 필요한 직종이에요. 이론을 머리에 아무리 많이 넣어도 소용없어요. 의외로 서울대학교 출신 연출자 중에 연출 제대로 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머리로 알기만 하지 실제를 모르니까, 현장에 갖다 놓으면 느리고 엉망진창이에요.
그러니까 우리는, 체험을 통한 경험이 대단히 중요해요. 예술적 세계라는 것은, 그림도, 영화도, 저 음악도 마찬가지 아니에요? ‘줄리어드’ 나왔다고 다 명연주자가 되는 것은 아니죠. 예술이라는 것은 어느 한 규격이 있는 것이 아니에요.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예술적 가치관도 스스로 이해하게 되는 것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기 행위에 대한 자부심도 갖게 되고 목적도 생기는 것이지요.
이순재는 이순재 나름대로의 연기가 있고, 최불암은 최불암 나름대로의 것이 있고, 신구는 신구 나름대로의 연기가 있는 것이죠. 같은 인물도 내가 할 때와 최불암이가 할 때와 신구가 할 때가 다 다르다 이겁니다. 그러니까 연기는 한이 없는 것이고, 한계가 없는 거예요. 예술이 그렇지 않아요? 예술에 끝이 있습니까? 예술에는 끝이 없죠. 한 시대에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있을 뿐이고 피카소가 있을 뿐이지, 그것이 예술과 그림의, 음악과 예술의 끝은 아니다 이거에요. 우리 연기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까 연기는, 항상 창조적 욕구를 촉발시키는 작업이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요즘은 놀고 돈 버는 곳이 텔레비전이에요. 버라이어티 쇼 프로라는 것은 전부 나가서 놀고 돈 벌더라고요. 그냥 물에 빠졌다 일어났다 하는 것으로, 돈도 많이 줘요. (일동, 웃음) 그러고는 우리처럼 평생 연기한 사람한테는 자꾸 돈을 깎으려고 한다고요. 이래서는 해볼 맛이 나겠어요? 속상하고 약올라서, 스스로 자괴감이 들어서 때려치우고 싶기도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하는 이유는, 그래도 ‘나는 예술인이다. 예술을 추구한다. 아직도 내가 만들어낼 여지가 있다’. 돈이야 그까짓 거 좀 적게 받더라도, 예술로서 더 해볼 여지가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는 거죠..
(「이순재: 나는 왜 아직도 연기하는가」에서)
숨소리까지 담아낸 강연의 현장에서 우리 시대의 얼굴과 마주한다.
여든의 나이를 바라보면서도 여전히 연기하며 인생과 예술을 이야기하는 배우 이순재 편.
그와 나눈 진솔한 대화의 기록. 생생한 육성으로 직접 묻고 직접 듣는 삶의 길, 역사의 길.
예술에는 규격이 없다
조금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해볼게요. 서울대학교 출신 배우가 하나 있죠, 김태희. 김태희는 초기에 학교 덕을 좀 봤죠. (일동, 웃음) 그 또래 중에서 서울대학교 나온 사람이 별로 없었으니까, 김태희, 이쁜데 서울대학! 이게 쫙 올라 간 거죠. (일동, 웃음) 내가 초창기에 처음 데리고 연기해봤는데, 그냥 그렇더라고요. (일동, 웃음) 그런데 요즘 내가 공연하는 연극에, 한양대학교의 최현인 교수하고 같이 찾아 왔더라고요. 그래서 “너 요즘 뭐하냐”고 물었죠. 요새 작품이 없잖아요. 그래서 “준비하는 건 뭐냐”, 물었더니 영화도 찍는 게 없다 이거예요. “그러면 드라마라도 해야 될 거 아니야. 그래야 뭐라도 한번 해볼 거 아니냐. 그럼 뭐하냐.” 그랬더니 최현인 교수한테 사사를 받고 있다고 그러는 거예요. 연기 사사를 하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그래 그럼 됐다!’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사실 CF 여럿 찍어서 돈도 몇 억씩 다 벌었으니까, 그걸 가지고 저기 몰디브나 하와이 가서 놀고 앉았을 수 있는데, 그러면 그걸로 끝이죠. 요새는 그것을 재충전이라고 그러더군요. 이상한 충전 다 봤어. (일동, 웃음) 그런데 사사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 너 됐다. 됐다.” 그랬죠. 왜? 연기는 학문의 세계와는 다르기 때문이에요. 이게 어떤 면에서 노동하고 연결이 돼요. 연기는 실제 몸으로 훈련을 하고 자기 몸을 가지고 구사해야 되기 때문에, 간단한 것도 훈련이 필요한 직종이에요. 이론을 머리에 아무리 많이 넣어도 소용없어요. 의외로 서울대학교 출신 연출자 중에 연출 제대로 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머리로 알기만 하지 실제를 모르니까, 현장에 갖다 놓으면 느리고 엉망진창이에요.
그러니까 우리는, 체험을 통한 경험이 대단히 중요해요. 예술적 세계라는 것은, 그림도, 영화도, 저 음악도 마찬가지 아니에요? ‘줄리어드’ 나왔다고 다 명연주자가 되는 것은 아니죠. 예술이라는 것은 어느 한 규격이 있는 것이 아니에요.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예술적 가치관도 스스로 이해하게 되는 것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기 행위에 대한 자부심도 갖게 되고 목적도 생기는 것이지요.
이순재는 이순재 나름대로의 연기가 있고, 최불암은 최불암 나름대로의 것이 있고, 신구는 신구 나름대로의 연기가 있는 것이죠. 같은 인물도 내가 할 때와 최불암이가 할 때와 신구가 할 때가 다 다르다 이겁니다. 그러니까 연기는 한이 없는 것이고, 한계가 없는 거예요. 예술이 그렇지 않아요? 예술에 끝이 있습니까? 예술에는 끝이 없죠. 한 시대에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있을 뿐이고 피카소가 있을 뿐이지, 그것이 예술과 그림의, 음악과 예술의 끝은 아니다 이거에요. 우리 연기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까 연기는, 항상 창조적 욕구를 촉발시키는 작업이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요즘은 놀고 돈 버는 곳이 텔레비전이에요. 버라이어티 쇼 프로라는 것은 전부 나가서 놀고 돈 벌더라고요. 그냥 물에 빠졌다 일어났다 하는 것으로, 돈도 많이 줘요. (일동, 웃음) 그러고는 우리처럼 평생 연기한 사람한테는 자꾸 돈을 깎으려고 한다고요. 이래서는 해볼 맛이 나겠어요? 속상하고 약올라서, 스스로 자괴감이 들어서 때려치우고 싶기도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하는 이유는, 그래도 ‘나는 예술인이다. 예술을 추구한다. 아직도 내가 만들어낼 여지가 있다’. 돈이야 그까짓 거 좀 적게 받더라도, 예술로서 더 해볼 여지가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는 거죠..
(「이순재: 나는 왜 아직도 연기하는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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